[리뷰] 예수의 진짜 말들 – 도마복음 114구절의 충격 (2/3)
[리뷰] 예수의 진짜 말들 – 도마복음 114구절의 충격 (2/3)
“천국은 밀가루를 흘리고 온 여인의 빈 동이와 같다.”
예수가 정말 이런 말을 했다고요?
기적도 없고, 승천도 없고, 부활도 없는 복음서.
도마복음은 단지 114개의 짧은 어록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.
하지만 그 안에는 예수라는 인물이 진짜 어떤 인간이었는가에 대한
압도적인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.
1. 도마복음의 구성 – 어록만 있고, 서사가 없다
도마복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의 구조와 다릅니다.
마태, 마가, 누가, 요한복음처럼 서사와 사건의 전개가 없습니다.
다만 “예수께서 이르시되”라는 형식의 가라사대 어록만 이어집니다.
이 구조는 마치 논어의 공자 어록이나,
불교의 수다니파타를 떠올리게 합니다.
오히려 더 동양적이고, 인간 중심적입니다.
“예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.”
“예수는 천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.”
…단지 말, 말, 말만 있습니다.
그러나 그 말 하나하나가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수와 전혀 다릅니다.
2. 천국은 ‘기적’이 아니라 ‘소멸의 상태’다
도마복음의 가장 유명한 어록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.
“어떤 여인이 밀가루를 사서 기쁘게 집에 오는데
머리에 이은 통의 바닥이 뚫려 있었고,
도착하니 밀가루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.
천국은 이와 같다.”
이게 무슨 말일까요?
도올은 이렇게 풀이합니다.
-
기쁨을 가지고, 의미를 부여하며 밀가루를 사는 ‘삶의 행위’
-
그러나 알지 못한 사이 그것은 모두 흘러내린다
-
결국 남는 건 텅 빈 동이
-
그리고 허무의 그 상태야말로 천국
“천국은 성취가 아니라 소멸이다.
무엇인가를 얻는 게 아니라,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순간이다.”
이 말은 불교의 공(空) 개념, 노자의 무위(無爲) 개념과도 통합니다.
3. 도마복음의 어록에는 기적이 없다
가장 중요한 점.
도마복음 114구절에는 단 하나의 기적도 등장하지 않습니다.
-
예수가 병을 고쳤다는 말도 없고
-
바다를 걸었다는 서술도 없으며
-
심지어 십자가, 부활, 승천도 없습니다.
도올의 말에 따르면,
“그런 신화들은 초대 교회에서 덧붙인 것이다.
도마복음은 오직 예수의 말만 남겼고,
그 말은 인간 예수의 내면 그 자체였다.”
이는 기존의 기독교 신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철학입니다.
예수가 신이 아니라, 삶을 사유한 철학자였다는 해석이죠.
4. 종말론과 교회 권력은 바울이 만들었다
도올은 도마복음과 기존 성경의 차이를 **‘종말론’**에서 찾습니다.
바울은 예수의 삶을 말하지 않습니다.
오직, “예수가 죄를 씻기 위해 죽었다”는 교리를 강조합니다.
그는 예수가 조만간 다시 올 거라는 종말론을 퍼뜨렸고,
이 종말론은 곧 기독교 교회의 권력화로 이어졌습니다.
“도마복음의 예수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.
오직 ‘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’를 말했다.”
5. ‘박랑하라’, 집착하지 마라
가장 인상 깊은 어록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.
“사람은 박랑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.”
도올은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합니다.
-
정착, 소유, 지배, 이름붙임으로부터 떠나라
-
오직 걸어라. 가는 그 자체가 삶이다
-
도는 소유가 아니라 소멸에 있다
노자의 ‘위도일손(爲道日損)’,
“도를 행하면 매일 버리고, 결국 무위에 이른다”는 말과도 연결됩니다.
인상 깊은 말들
-
“천국은 밀가루가 다 새버린 빈 통과 같다.”
-
“사람은 박랑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.”
-
“예수는 하나님을 대신한 존재가 아니라, 삶을 고민한 존재다.”
-
“십자가, 부활, 승천… 그 모든 건 교회의 창작물일 수 있다.”
-
“진짜 복음은 말에 있다. 드라마가 아니라, 말에.”
-
“도마복음은 성취가 아니라 비움의 철학이다.”
다음 편 예고
3편에서는 복음서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다룹니다.
마태·마가·누가·요한이 진짜 쓴 것이 아니었다면?
도마복음이 왜 위경(外經)이 아닌 본경(本經)이어야 하는지,
그리고 도올이 왜 지금, 이 시점에 도마복음을 꺼내든 이유까지 정리합니다.
기독교의 진실은 ‘믿음’이 아니라 ‘구조’를 보는 눈에서 시작됩니다.
dd 님의 최근 댓글